발굴은 왜 하는가? |
발굴은 잃었던 역사를 되찾는 일이며 조상들이 남긴 소중한 유산을 보고 배우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알기 위해 우리는 《삼국사기》《삼국유사》《고려사》같은 옛 책을 읽어야 한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고구려, 백제의 역사가 쓰여 있다.그러나 역사책에 들어 있는 내용들은 당시 왕들의 행적이나 궁궐에서 일어난 일, 그리고 특별히 기록으로 남길 만한 중요한 일들만 쓰여 있어 아주 적은 사실들만 알 수 있을 뿐, 일반 백성들이 살아온 이야기들은 자세히 알 수가 없다. 경주에서는 신라 사람들이 돌을 깔아 도로를 만들고, 그 도로에 우마차가 달렸던 흔적들이 발굴을 통해 나오고 있으며 돌무지 무덤 안에서는 갑옷·무기를 비롯해 천마그림과 같은 예술작품들, 금관·금귀걸이, 유리구슬 목걸이 같은 것들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구려 역사를 자세히 알기 위해 고구려 무덤벽화를 발굴하여 그림 속에 들어 있는 내용을 통해 고구려 사람들이 무슨 옷을 입었고 집은 어떻게 만들었으며, 얼굴 생김새는 누구를 닮았는지에 대해 자세한 모습을 알게 된다. 풍납토성을 발굴하여 백제 사람들의 살림터와 그들이 만들어 썼던 그릇, 공공건물의 크기 등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유적을 발굴해 보면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모습들이 생생히 남아 있어 역사기록에 남아 있지 않은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그래서 발굴은 잃었던 역사를 찾는데 매우 중요한 것이다. |
어디를 발굴할 것인가? |
매장문화재(유적과 유물)는 원래 땅속 등에 묻혀 있는 것들이지만 땅속에 들어 있는 유물들이 자연의 힘이나 사람들에 의한 훼손의 결과 지표상에 드러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유물의 흔적을 가지고 그곳에 유적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큰비에 의해 산사태가 나거나 홍수로 유실된 강가의 퇴적층에서 유물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고, 사람들이 밭갈이를 하거나 크고 작은 공사로 땅속에 있던 유물들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드러난 유물·유적들을 지형을 훼손시키지 않은 채 그 분포상태를 확인하는 것을 지표조사라고 한다. 지표상에 드러난 유물· 유적은 조사지역 안에 어떤 성격의 유적들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지표조사는 고고학 전문가들이 하게 되며 매장문화재의 분포범위를 확인하는데 중점을 둔다. 그러나 매장문화재 뿐만 아니라 의식주· 풍속 등에 관한 민속자료와 전설· 민담·민요· 방언· 가족제도 등 유·무형의 자료들, 그리고 천연기념물 등 자연유산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기록으로 남겨둔다. 지표조사는 조사지역 안에 있는 유물· 유적을 지표상에 드러난 상태대로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조사지역 안에 있는 유형문화재들은 지표조사에서 쉽게 확인 할 수 있지만 땅속에 들어 있는 매장문화재는 지표조사에서 쉽게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표에 드러난 유물·유적을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땅속에 들어 있는 구조물을 확인하기 위해 최신 과학기자재인 자력계나 전자탐침봉을 이용하여 땅을 파지 않고도 유적을 찾는 방법도 있으며, 항공사진 촬영으로 땅속에 들어 있던 옛 도시 유적을 찾아내기도 한다. 지표조사에서 확인된 유적을 좀 더 분명히 밝혀 보기 위해 발굴을 하게 된다. 발굴이란 땅 속에 들어 있는 매장문화재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지표조사에서 유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에서 발굴을 통해 유적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고고학에서는 발굴을 통해 연구자료를 얻을 수 있다. 발굴은 유적과 유물을 찾는 일이지만 발굴을 하는 것은 유적의 현상을 파괴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발굴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학술 목적상 중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발굴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에도 유적의 최소한의 부분을 발굴하여 기본자료를 얻는데 그쳐야 한다. 그것은 유적을 발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장문화재는 땅속에 원상대로 남아 있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
발굴은 누가, 어떻게 하는가? |
유적을 발굴하면 땅속에 들어 있는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정보에는 눈에 띄는 유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흙 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비밀이 담겨 있다. 현미경으로 꽃가루를 찾아 당시의 자연환경을 밝혀내기도 하며, 농사를 지었던 흔적을 찾을 수도 있다. 따라서 유적발굴은 고고학자가 주관하여 이루어지지만 고고학자뿐 아니라 자연과학자를 비롯한 특수 분야의 전문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지질학, 고생물학자들은 물론 유물을 과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보존처리전문가, 기록 보존을 위한 측량 및 사진 전문가들도 참여해야 한다. 그만큼 발굴에 드는 비용이 많게 되며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
유물에 담긴 뜻은? |
유물은 옛사람들이 만들어 썼던 것들이 땅속에 남아 있는 것으로서 조상들의 생활 발자취를 알 수 있다. 우리가 논밭이나 길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질그릇 조각이나 조개더미 안에서 나오는 뼈, 뿔로부터 화려한 금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유물을 통해 그것을 남긴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살았으며, 그들이 어떤 생각을 했고 예술적 재능은 어떠 했으며 어디에서 온 것인지도 알 수 있다. 아무리 하찮은 그릇조각이라도 때로는 귀중한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풍납토성에서 나온 작은 그릇 조각에 '대부(大夫)'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 것으로부터 우리는 풍납토성안에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살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귀중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절터에서 나오는 기와조각에 쓰여 있는 글씨를 보아 한동안 잊혀졌던 절 이름을 찾기도 한다. 금동불상이나 금관과 같이 화려하고 정교한 것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와조각, 질그릇 조각에도 이와 같이 중요한 사실들이 담겨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발굴한 유물은 어디로 가는가? |
박물관에 가보면 수많은 유물을 만나게 된다.
구석기시대 석기로부터 신라토기, 고려청자, 금동불상 등 우리나라 역사의 전시기에 걸친 유물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러한 유물들은 대부분 땅속에 들어 있던 것이나 발굴을 거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전시된 유물들이 박물관에 들어오기까지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유물을 발굴하면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깨진 것을 붙이고 손질하여 약품으로 처리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게 깨끗한 진열장에 넣어 전시하게 된다. 이렇게 여러 과정을 거쳐 비로소 우리가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유물들이 되는데, 진열장에 들어간 뒤에도 유물들이 손상되지 않도록 항상 같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하고 빛에 바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
발굴한 유적은 어떻게 되는가? |
유적을 발굴하면 그 안에 들어 있던 유물은 건져내지만 유물이 담겨있던 자리는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유물이 담겨있던 자리를 유구라고 하는데 유구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작은 규모의 살림을 하던 집터와 창고터도 있고 절터·궁궐터·성터와 같이 규모가 큰 것들도 있다. 발굴한 뒤에도 유구는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덮어두어야 한다. 그러나 유구를 제자리에 남겨둘 수 없을 때에는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다른 곳으로 옮겨 놓기도 하는데 이것을 유구전사라고 한다. 유구가 잘 남아 있는 것은 그때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기 위해 본디 모습대로 다시 지어 놓기도 하는데 이것을 복원이라고 한다. 서울 암사동유적에 가보면 신석기시대 살림집을 지어 놓은 것을 볼 수 있고, 경복궁에서도 옛터에 새로 지은 건물들을 볼 수 있다. 복원을 하기 위해서는 옛터를 발굴하고 그때의 집모양을 되살리기 위한 연구과정을 거쳐야 한다. |